5월 중순의 어느 날, 경기도 한 대안 학교에서, 고등부 1학년 소설 쓰기 특강을 의뢰받았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다국적 친구들과 한국 친구들이 섞여 있단다. 잠시 망설였지만, 강의료가 적다며 미안해하시는 부장 선생님의 말씀에 선뜻 하겠다고 했다.
한옥 체험반, 영화 음악반, 옷 만들기 반 등,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할 만한 많은 프로그램 속에 소설 쓰기반으로 배정된 친구들은 모두 5명, 베트남 친구 둘, 러시아 친구 한나, 한국 친구들이 둘이었다. 여느 고등학생들이 그렇듯 몇은 스스로 원해서 소설 쓰기반에 들어왔지만, 선택에 밀려서 하는 수 없이 온 친구도 있었다. 불만 가득한 몸짓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친구에게 “가위바위보에 져서 이곳에 왔구나?”라고 했더니 고개만 가만히 끄덕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걱정은 되지 않았다. 어른들에게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어려운 무한한 상상력이 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첫날 계획했던 소설 개념 수업을 과감히 빼버리고 상상력 놀이부터 시작했다. 시큰둥했던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리며, 같은 사진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사진을 찍어 번역하는 등, 적극적으로 바뀌어 가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설은 상상력만 가지고는 쓸 수 없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서술자를 통하여 글로 풀어내야 하는데 서툰 한국어로 쓰기 작업을 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할 수 없이 우선 모국어로 쓰게 한 후, 번역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한글로 번역하고, 아이 한나한나와 대화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묵묵히 아이들과 나를 도와주었던, 연우와 강태가 큰 힘이 되었다.
수업 시간 내내 자세 한 번 흩트리지 않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던, 러시아 친구 예카, 공부 잘하고 모범생이라던 베트남 친구 타오, 발랄한 칸링, 특히,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소설 쓰기 수업에 왔다던 베트남 친구 윤미는 한 차시, 한 차시 지날 때마다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고, 마지막 소설 편집과 표지 제작에까지 열정을 보여 감동을 주었다.
16차시 수업으로 7월에 수업은 끝이 났지만, 미완성된 글을 완성하고, 편집하는 작업을 끝내느라 저 멀리 손을 내미는 가을의 문턱에서야 드디어 아이들의 책이 나오게 되었다. 비록, 한 친구의 글이 완성되지 않아 끝내 책에 실리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앉으며, 지금보다 훨씬 단단한 글이 나오리라는 것을 안다. 이 작은 경험이 이들에게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지도 강사 박부전
인하대학교
국어문화원 연구원
마법의 무지개 ‘말’ <박부전>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한다는 것은 1차적인 언어의 주고받음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마음으로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미 다문화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마음 속 ‘마법의 무지개 말’을 찾아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할 때다.
그날, 그 해 <정윤미>
웃음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한 완벽한 것이다.
기다림은 어렵고 쉽게 포기되지만, 나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카즈마 씨 이야기 <오연우>
절벽에 다다랐다. 둘은 노을로 물든 바다를 보며 잠시 감상에 빠졌다. 요시에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절벽 끝으로 걸어갔다.
내 인생의 목표 <타오>
가끔은 세상에서 최선을 다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때로는 약간의 변수가 생깁니다.
그 변수들 덕분에 뭘 해야 할지 알 수 있어요.
꿈의 삶 <칸링>
그러나 모든 것이 꿈과 같지 않습니다.
Emily <김예카>
에밀리는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 친구를 바꾼 소녀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떠났다. 하지만 여기서 에밀리는 그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삶은 현실이 되지 못한다.